정재은 변호사 언론보도 [아시아투데이 201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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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굿 값 받은 무속인…법원, 사기죄 판단 기준은?
효험 없어도 사기 아니지만 돈 노리고 과도한 무속행위 유도하면 사기
아시아투데이 임유진 기자=
“신령님이 그러시는데 굿을 해서 잡신을 떠나보내면 살 빠지고 예뻐져서 취업할 수 있대” 취업준비생인 30대 여성 강모씨는 ‘재수굿’으로 취직문을 열어주겠다는 무속인 A씨의 말을 믿고 북한산 국사당에서 570만원을 내고 굿판을 벌였다. 하지만 취직에 실패한 강씨는 무속인을 고소했고, 검찰은 사기 혐의로 A씨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던 이모씨는 “굿을 안 하면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고 겁을 주는 무속인 B씨와 그의 제자 C씨의 말에 2년 넘게 40여 차례에 걸쳐 굿을 했다. 이렇게 굿 값에 쏟아 부은 비용만 17억9193만원. 하지만 사업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고 투자자들로부터 고소까지 당하자 신씨는 무속인들을 고소했다. 법원은 무리한 무속행위를 유도했다며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무속인이 굿을 하고 돈을 받았을 때 사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효과가 없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노리고 과도한 무속행위를 유도한 경우 사기죄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법원 판례 등을 종합해보면 무속행위는 목적 달성보다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참여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굿의 효험’이 없다고 사기죄가 인정되는 건 아니다.
정재은 변호사(법무법인 세광)는 “굿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여부는 사기죄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단순히 굿 값의 액수 자체를 갖고 얼마 이상은 사기라고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임부영 변호사(법무법인 길도)는 “굿을 왜 하게 됐는지, 무속인이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했는지, 굿 값이 상식적인 액수를 뛰어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기죄의 유무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굿 권유가 협박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 변호사는 “협박이 성립되려면 상대방이 외포심(畏怖心)을 느껴야 하고 협박하는 사람이 좌우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며 “무속인이 비과학적인 내용으로 겁을 주더라도 요청자가 절대적인 맹신을 하는 상황에서 공포심을 느낀다면 협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속인이 길흉화복이나 천재지변을 경고하는 것은 해악 발생 여부를 합리적으로 예견할 수 없기 때문에 협박이나 공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 변호사는 “요청자가 무속인이 해악을 끼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협박이 아니라 경고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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